
범죄도시 3를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그 타격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통쾌함은 여전했지만, 이번 편은 좋았던 만큼 아쉬운 것도 확실히 눈에 밟혔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칭찬과 불만이 동시에 나오는 영화가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마동석 액션, 볼 때마다 쾌감이 오는 이유
주말에 지인과 극장에 갔다가 상영 시간 내내 자리에서 몸을 들썩였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볼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인데, 그 이유를 이번에야 제대로 파악한 것 같습니다.
3편은 마석도의 액션 스타일에 새로운 층위를 하나 얹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복싱을 근간으로 한 방어와 회피 동작이 눈에 띄게 강조됩니다. 여기서 풋워크(Footwork)란 복싱에서 상대의 공격을 발놀림으로 흘리고 역공의 기회를 만드는 기술을 말하는데, 마석도가 여러 명을 상대하는 장면에서 이 동작이 전작보다 훨씬 세밀하게 표현됩니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던 기존 이미지에 기술적인 근거가 더해지니 캐릭터가 한층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타격감 연출도 업그레이드됐습니다. 펀치를 휘두를 때 바람을 가르는 효과음이 극장 전체를 울릴 정도로 크게 설계되어 있고, 상대가 쓰러지는 순간의 사운드 디자인도 실사 액션보다 게임 타격음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폴리아트(Foley Art)란 영화에서 발소리, 주먹 소리, 옷 스치는 소리 등을 현장 녹음이 아닌 별도 작업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하는데,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 폴리아트를 통해 실제 격투보다 더 과장된 쾌감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과장된 타격음이 오히려 관객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 신호로 작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동석 영화에서 비슷한 공식이 반복되는데도 질리지 않는 건 이런 세밀한 연출 설계 덕분이라고 봅니다. 저는 마동석을 믿고 보는 배우 중 하나로 이미 분류해 두었는데, 이번 편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더 굳어졌습니다.
빌런의 공포감, 이번엔 전작보다 한 발 물러섰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준혁 배우가 주성철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는 화면에서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말끔한 외모 뒤에 냉혹함을 숨긴 3세대 빌런이라는 설정 자체는 신선했고, 이준혁 배우의 변신과 캐릭터에 대한 노력이 그대로 드러나 작품을 빛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빌런의 공포 지수가 전작 강해상에 비해 체감상 낮다는 점입니다. 강해상은 행동 자체가 목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순수한 위협감이 있었죠. 반면 이번 주성철과 칼잡이 리키는 마약을 쫓는다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행동 동기가 겹칩니다. 빌런의 동기가 명확하면 관객 입장에서 다음 행동이 예상되고, 그게 공포감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리키의 경우 더 아쉬웠습니다. 일본도를 사용하는 칼잡이라는 설정은 분명히 강렬한 위협감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실제 화면에서는 고어(Gore) 묘사가 절제되어 있어 살벌함이 상당히 눌려 있었습니다. 여기서 고어(Gore)란 영화에서 신체 훼손, 과다 출혈 등 자극적인 폭력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연출 방식을 말합니다. 12세 관람가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너프된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리키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를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전편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한 몇 안 되는 국내 액션 시리즈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런 흥행 공식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빌런의 강도를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4편의 숙제로 보입니다.
조연 배우들, 아깝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번 편에서 제 경험상 가장 많이 회자된 인물은 사실 주연이 아니었습니다. 고규필 배우가 연기한 초롱이 캐릭터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문신에 구찌를 걸치고 구형 3시리즈를 타며 격투기 선수 출신이라고 뻥을 치는 이 캐릭터는, 생활 밀착형 캐릭터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현실감이 넘쳤습니다. 고규필 배우가 존재감 어필을 제대로 해냈다고 느꼈고, 극장에서도 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 터졌습니다.
김만재 캐릭터 역시 마석도와의 호흡이 자연스러워 광수대 팀의 공백을 제법 채워줬습니다. 말투와 행동거지에서 실제 형사 같은 생활감이 느껴져서, 이 배우 덕분에 팀 장면이 덜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리즈 최고의 신스틸러로 불리는 장희수 캐릭터는 쿠키 영상 말고는 활약이 전무했습니다. 제 생각에 이건 단순한 편집 아쉬움이 아니라, 4편 예고용으로 소비된 느낌이 너무 노골적이었습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넘버링 프랜차이즈(Numbered Franchise) 방식으로 팬덤을 끌고 가는 전략이 뚜렷해지는데, 넘버링 프랜차이즈란 동일 세계관과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편수를 이어가는 시리즈 제작 방식을 말합니다. 이 전략 자체는 유효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 편에서 소비되는 조연의 밀도가 떨어지는 건 분명한 부작용입니다.
3편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약 추적 서사가 중반부를 지나치게 길게 끌어 전개 속도가 처진다
- 마석도의 감(직관)에 의존한 전개가 반복되어 개연성이 약하게 느껴진다
- 리키의 잔혹 묘사가 등급 제한으로 눌려 빌런의 위협감이 반감됐다
- 장희수 캐릭터가 쿠키 이외에는 사실상 4편 예고용으로만 소비됐다
2023년 기준 국내 영화 관객 수 통계에서 범죄도시 3는 개봉 직후 빠르게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액션 블록버스터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출처: 네이버 영화 통계).
범죄도시 시리즈가 앞으로도 이 공식을 유지하려면 빌런의 퀄리티와 스토리 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진짜 숙제입니다. 3편 자체는 여전히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고, 저는 4편도 개봉하면 주저 없이 볼 것입니다. 다만 이번 편의 아쉬움이 다음 편에서 어떻게 해소될지, 그게 더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