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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수사 (억울한 피의자, 케미, 7년의공백)

by mini3746 2026. 4. 6.

끝장수사 포스터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에 발이 잘 안 떨어졌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라고 흘려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수사로 1년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 그 사람에게 국가는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영화 끝장수사는 그 불편한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습니다.

억울한 피의자, 실화에서 출발한 이야기

억울함을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 사람 진짜 억울한 걸까, 아니면 그냥 발뺌하는 걸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끝장수사의 도입부를 보고 나서 그 판단이 얼마나 섣부른 것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실제 사건 여러 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우아지마 사건, 아시카가 사건, 희미 사건입니다. 우아지마 사건은 환결 선고 직전 진범이 자백하며 억울하게 수감되어 있던 피의자(被疑者,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으로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가 석방된 사례입니다. 아시카가 사건은 복역(服役, 형사 처벌로 교도소에서 형을 사는 것) 중 DNA 재감정으로 무죄가 밝혀진 경우였고, 희미 사건은 만기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뒤에야 진범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례입니다. 세 사건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의 오류가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삼켜버렸다는 것.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 서제혁 형사가 수사하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는 이미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잡힌 절도범에게서 그 사건과 연결될 수 있는 단서가 나옵니다. 억울하게 갇힌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 형사물이 아니라, 국가 권력과 개인의 무고(無辜, 죄가 없음을 뜻하는 법률 용어)를 정면으로 다루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이 영화를 보면서 "경찰이 억울한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시스템 전체의 실패라기보다, 오미노 형사처럼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일부 개인의 일탈에 가깝습니다. 경찰 조직 전체를 싸잡아 의심하기보다, 잘못된 수사 관행이 개인에게 어떤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지를 직시하는 것이 더 정확한 시각이라고 봅니다. 이 점을 구분하지 않으면 영화 본래의 메시지가 흐려집니다.

참고로 허위 자백(虛僞 自白, 실제로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은 강압적 수사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영화 속 장면처럼 3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환경에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는,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출처: Innocence Project에서는 허위 자백이 억울한 유죄 판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버디 케미, 기대와 현실 사이

끝장수사를 버디 코미디(buddy comedy)라고 부르는 시각이 있습니다. 버디 코미디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짝을 이루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장르를 말합니다. 서제혁은 한때 잘 나갔지만 사건을 말아먹고 지방으로 좌천된 베테랑 형사, 김중호는 상속받은 돈 200억에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다 내기로 경찰 시험에 합격한 아마추어 형사입니다. 설정만 보면 어마어마한 케미가 기대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충돌이 쌓여서 신뢰로 이어지는 감정선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버디 장르의 핵심은 결국 "저 두 사람은 서로 싫어하면서도 결국 서로가 필요해"라는 감각인데, 그 감각이 제게는 끝까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장면을 두고 "두 사람의 케미가 잘 살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호흡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순간을 끝까지 기다리다 극장 불이 켜졌습니다.

대신 개별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서제혁이 착한 형사 코스프레를 하며 자연스럽게 자백을 유도하는 장면, 김중호가 특유의 자신감으로 사건을 단숨에 좁혀나가는 장면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증거 확보(證據 確保, 수사에서 범죄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모으는 행위)와 심리 전술을 활용하는 장면들은 오히려 두 사람의 개성을 잘 드러냈습니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기대를 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한편 수사 과정에서 보안이나 절차가 너무 허술하게 그려지는 장면들은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탁구장에 책상 하나 갖다 놓고 합동 수사를 하라는 설정이나, 증거 보존 절차 없이 현장을 뒤지는 장면들은 "이게 말이 돼?"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물론 코미디적 과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런 허술함이 쌓이면 영화 전체의 현실감이 흔들립니다.

이 영화가 주목받을 만한 이유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실화 기반 모티브로 수사 오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자연스럽게 담아냈습니다.
  2. 두 형사의 캐릭터 차이에서 오는 유머가 지루한 구간을 메워줍니다.
  3. 소소한 절도 사건에서 시작해 살인 사건으로 확장되는 서사 구조가 몰입감을 유지시킵니다.
  4. 권력의 회유와 압박, 형사 간 관할 다툼 등 현실적인 수사 장벽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7년의 공백, 그리고 지금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

촬영은 2019년에 마쳤는데 개봉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궁금증이 생깁니다. 배급 문제였을까, 아니면 완성도 보완에 시간이 걸렸을까. 저는 개봉이 늦어진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 7년이 영화를 더 다듬는 데 쓰였는지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개봉이 늦어진 영화가 완성도 면에서 더 낫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스토리는 단단했습니다.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의 통쾌함이 기대보다는 약했지만, 전체 흐름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7년을 기다린 영화치고는 선방했다는 평도 있는데, 저는 조금 더 냉정하게 봅니다. 버디물로서의 완성도는 아직 아쉬움이 남습니다.

합동 수사(合同 搜査, 두 개 이상의 기관이 하나의 사건을 함께 수사하는 방식)라는 설정이 영화의 또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 냅니다. 충북 보흥 경찰서와 서울 강남 경찰서가 관할권(管轄權, 경찰이나 검찰이 특정 지역이나 사건을 담당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은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국내 형사소송법상 관할 경합이 실제로도 수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영화의 설정이 단순한 극적 장치만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에서 관할 관련 조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가 4월 2일 개봉한 만큼, 극장에서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특히 현장 수사의 긴박감은 스크린 크기와 사운드에서 오는 부분이 있어서, OTT로 보면 절반은 잃을 수 있습니다. 버디 코미디를 기대하되, 그 기대를 100% 채워줄 거라는 전제 없이 가는 게 낫습니다. 그게 오히려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영화관을 나서고도 한동안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수사 오류로 억울하게 시간을 빼앗긴 사람에게, 돌아오지 않는 1년이 어떤 무게인지. 이 질문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각이 맞는지는 결국 직접 보고 판단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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